뇌졸중 전조증상: 말이 어눌하고 팔이 저릴 때?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골든타임 대처법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해주는 알기쉬운 생활의학정보, 닥터리빙입니다.
응급실 당직을 서다 보면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 바로 “조금만 더 빨리 오셨더라면”이라는 말을 보호자에게 건네야 할 때인데, 그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뇌졸중(중풍)입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뇌졸중 초기 증상인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움을 단순한 체기나 피로 탓으로 돌리며 손을 따거나 휴식을 취하다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곤 합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뇌세포는 1분에 약 190만 개씩 사멸하기 때문에, 뇌졸중에서 시간은 곧 생명이자 남은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환자를 보자마자 뇌졸중을 의심하는 결정적인 위험 신호(FAST 법칙)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민간요법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뇌졸중을 잡아내는 가장 강력한 공식, FAST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몸이 보내는 분명한 신호가 있습니다. 전 세계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FAST 법칙만 기억해도 내 가족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 Face (얼굴 마비): “이~” 하고 웃어보세요.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가고 다른 쪽이 처진다면 안면 신경 마비가 온 것입니다.
- Arm (팔 마비): 양팔을 앞으로 나란히 뻗어보세요. 한쪽 팔이 힘없이 아래로 툭 떨어지거나, 손바닥이 안쪽으로 돌아간다면 편마비의 증거입니다.
- Speech (언어 장애): 간단한 문장을 말해보세요. 발음이 뭉개지거나(구음장애),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지 않고 엉뚱한 단어가 나온다면(실어증) 뇌의 언어 중추가 손상된 것입니다.
- Time (시간): 위 증상이 하나라도 보인다면, 증상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확인하고 즉시 119를 불러야 합니다.
단순 어지럼증일까? 뇌졸중일까?

“선생님, 저 그냥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러운 건데 이것도 뇌졸중인가요?”
어지럼증은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귀(전정기관)의 문제인지 뇌(소뇌/뇌간)의 문제인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졸중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단순한 현기증과는 다릅니다.
| 구분 | 뇌졸중(중추성) 어지럼증 (Red Flag) | 말초성(귀) 어지럼증 (이석증 등) |
| 발생 양상 | 갑자기 발생하며, 걸을 때 중심을 잡기 힘듦 (비틀거림) | 자세를 바꿀 때 심해지며, 가만히 있으면 호전됨 |
| 동반 증상 | 복시(사물이 겹쳐 보임), 발음 어눌함, 한쪽 팔다리 감각 이상 | 심한 구토, 이명(귀 울림), 청력 저하 |
| 눈의 움직임 | 눈을 한 곳에 고정해도 안구 떨림(안진)이 지속되거나 방향이 바뀜 |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면 안구 떨림이 줄어듦 |
| 지속 시간 | 수분에서 수시간 이상 지속되며 점점 심해질 수 있음 | 짧게 반복되거나 며칠 내로 서서히 좋아짐 |
지금 당장 119를 불러야 할 위험 신호 (Red Flag)

전형적인 FAST 증상 외에도, 다음과 같은 벼락 같은 증상들은 뇌출혈(지주막하 출혈)이나 뇌경색의 강력한 경고음입니다. 자가용보다는 반드시 119 구급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동 중 상태가 나빠질 수 있으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바로 이송해 줍니다.)
- 생전 처음 겪는 극심한 두통: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갑작스럽고 격렬한 두통 (벼락 두통).
- 시야 장애: 한쪽 눈이 커튼을 친 것처럼 갑자기 안 보이거나, 시야의 오른쪽 또는 왼쪽 반이 보이지 않는 경우.
- 일시적인 증상 소실 (미니 뇌졸중): 마비나 언어장애가 왔다가 10분~1시간 내에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경우. 이는 대형 뇌졸중이 곧 닥칠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경고이므로 증상이 사라졌어도 즉시 응급실로 와야 합니다.
- 의식 소실: 갑자기 쓰러지며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멍해지는 경우.
집에서 할 일 vs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보호자의 대처가 환자의 예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잘못된 민간요법은 환자를 폐렴이나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 집에서 해야 할 일 (O) |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X) |
| 119 신고 및 발병 시간 기록 | 손가락 따기 (사혈) |
| 즉시 119에 신고하고, ‘몇 시’에 환자가 정상이었는지, ‘몇 시’부터 증상이 시작됐는지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려줍니다. (골든타임 4.5시간 판단 기준) | 바늘로 손을 따는 행위는 통증으로 혈압을 급상승시켜 뇌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치료 시간을 지체시키는 가장 나쁜 행동입니다. |
| 기도 확보 및 구토 대비 | 물, 청심환, 우황청심원 먹이기 |
| 환자를 편안하게 눕히고, 구토를 한다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게 합니다. 넥타이나 벨트는 풀어줍니다. | 삼킴 기능(연하 곤란)이 마비된 상태에서 약이나 물을 억지로 먹이면 폐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을 유발하거나 기도를 막아 질식사할 수 있습니다. |
닥터리빙의 마지막 한 마디

뇌졸중 치료의 핵심은 속도입니다.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제는 증상 발현 후 4.5시간 이내에, 기구를 넣어 혈전을 빼내는 시술은 길어야 24시간 이내에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오늘 말씀드린 안면 마비, 팔 마비, 언어 장애, 그리고 극심한 두통이 있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119를 부르는 그 순간의 용기가 당신과 당신 가족의 뇌를 지키고, 평범한 일상을 지켜줄 것입니다.
의학 근거 · 참고문헌 열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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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정보 안내
흉통, 호흡곤란, 반복되는 실신/의식저하, 심한 출혈 등 응급 증상은 즉시 119 또는 가까운 응급실을 이용하십시오.
저자 정보
- 작성자
- 닥터리빙
- 소속/직함
- 공공의료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진료과장
- 자격
- 응급의학과 전문의
- 운영
- 의학 블로그 ‘닥터리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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