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해보니 뇌출혈? 편두통 vs 뇌졸중, 응급실 의사가 딱 정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해주는 알기쉬운 생활의학정보, 닥터리빙입니다.
응급실 야간 당직을 서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나는 환자 유형 중 하나가 바로 두통 환자입니다. 며칠 전 새벽 2시쯤, 20대 환자분이 창백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꼭 쥐고 들어오셨습니다. 검색해 봤는데 뇌출혈 증상이랑 똑같아요. 저 지금 머리 혈관 터진 거 아닌가요?라며 울먹이셨습니다.
환자분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무시무시한 병명이 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찰 결과, 다행히 스트레스성 편두통이었습니다. 요즘은 인공지능이나 검색 엔진이 발달해서 정보를 얻기 쉽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공포(사이버콘드리아)도 커지고 있습니다. AI는 최악의 경우를 먼저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응급실 의사가 실제로 환자를 볼 때, 집에 보내도 되는 두통(편두통/긴장성 두통)과 당장 CT를 찍어야 하는 뇌졸중(뇌출혈/뇌경색)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그 기준을 명확히 알려드리겠습니다.
흔한 두통: 뇌가 예민해서 생기는 소동 (편두통, 긴장성 두통)

대부분의 두통은 뇌 혈관이 터지거나 막힌 것이 아닙니다. 뇌의 감각 신경이 과도하게 예민해져서 생기는 일종의 경보 오작동입니다. 이를 일차성 두통이라고 합니다.
편두통은 마치 뇌 안에 공사장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심장이 뛸 때마다 욱신욱신하거나 지끈거리는 박동성 통증이 특징입니다. 속이 메스껍거나 토할 것 같고, 빛이나 소리에 예민해져서 불 끄고 조용한 방에 눕고 싶어집니다. 긴장성 두통은 머리에 꽉 끼는 띠를 두른 것처럼 조이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두통들은 정말 괴롭고 일상생활을 방해하지만,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진통제를 먹고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호전됩니다.
위험한 두통: 뇌에 폭탄이 터진 상황 (뇌출혈, 뇌경색)

반면,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이차성 두통(뇌졸중)은 양상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것은 경보 오작동이 아니라 실제 화재가 발생한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벼락(Thunderclap)입니다. 평소에 겪던 두통이 조금 심해지는 정도가 아닙니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1분 이내에 최고조로 치솟습니다.
뇌동맥류 파열(지주막하 출혈)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머리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거나 뭔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고요. 서서히 아파오는 것이 아니라,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격통을 호소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집에서 해보는 자가 진단: FAST 법칙 + @

머리가 아픈데 이것이 뇌졸중인지 헷갈린다면, 거울을 보고 다음 동작들을 해보십시오. 뇌는 부위별로 담당하는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신체 기능 고장(신경학적 결손)이 동반됩니다.
- Face (얼굴): 이~ 하고 웃어보세요. 입꼬리가 한쪽만 처지거나 얼굴 반쪽이 마비된 느낌이 듭나요?
- Arm (팔): 양팔을 앞으로 나란히 뻗고 눈을 감아보세요. 한쪽 팔이 힘없이 스르르 떨어지나요?
- Speech (말): 맘마미아, 랄랄라 같은 발음을 해보세요. 말이 어눌하게 새거나 하고 싶은 말이 안 나오나요?
여기에 하나 더, 시야가 갑자기 커튼 친 것처럼 한쪽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현상이 있다면 즉시 119를 불러야 합니다.
한눈에 보는 비교: 편두통 vs 뇌졸중

증상이 헷갈릴 때 참고할 수 있는 비교표입니다. 단, 이는 일반적인 기준이며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 구 분 | 편두통 / 긴장성 두통 | 뇌졸중 (뇌출혈/뇌경색) |
| 통증 발생 | 서서히 시작되어 몇 시간에 걸쳐 심해짐 | 갑자기! 번개 치듯 순식간에 최고 강도 도달 |
| 통증 양상 | 욱신거림, 조임, 지끈거림 | 망치로 맞은 듯함, 터지는 느낌, 생애 최악의 통증 |
| 동반 증상 | 메스꺼움, 구토, 빛/소리 공포증 | 마비(편마비), 발음 어눌함, 시야 장애, 의식 저하 |
| 지속 시간 | 4시간 ~ 72시간 (자고 나면 호전) | 치료 전까지 지속되거나 급격히 악화 |
| 과거력 | 비슷한 두통을 자주 경험함 | 이런 두통은 태어나서 처음임 |
닥터리빙이 말하는 응급실에 달려와야 할 신호 (Red Flags)

인터넷 검색을 멈추고 지금 당장 응급실로 오셔야 하는 경우를 정리해 드립니다.
첫째, 벼락 두통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1분 안에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픈 경우입니다.
둘째,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된 경우입니다. 팔다리 힘 빠짐, 말이 어눌함, 사물이 두 개로 보임 등이 포함됩니다.
셋째, 열이 나면서 목이 뻣뻣한 경우입니다. 고개를 숙여 턱을 가슴에 붙이려는데 목 뒤가 뻣뻣해서 안 된다면 뇌수막염일 수 있습니다.
넷째, 50세 이후에 처음 시작된 새로운 양상의 두통입니다.
다섯째, 항응고제(혈전 용해제)를 복용 중이거나 최근 머리를 다친 적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자가용보다는 119를 이용해 뇌혈관 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 응급실로 오셔야 합니다.
전문의의 맺음말
머리가 아프면 덜컥 겁부터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생각보다 튼튼하고, 뇌는 생각보다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습니다. 검색창에 증상을 입력하면 AI는 확률 0.1%의 희귀병까지 나열하며 여러분을 겁주지만, 실제 응급실에서 만나는 두통 환자의 90% 이상은 뇌졸중이 아닌 일차성 두통입니다.
오늘 알려드린 위험 신호(Red Flag)가 없다면, 일단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진통제 한 알과 함께 충분한 잠을 청해 보시길 바랍니다.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두통의 절반은 해결됩니다.
지금까지 닥터리빙이었습니다.
의학 근거 · 참고문헌 열기 (10)
- Headache Classification Committee of the IHS. The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Headache Disorders, 3rd edition (ICHD-3). Cephalalgia 2018. 가이드라인
- Edlow JA. Managing Patients With Nontraumatic, Severe, Rapid-Onset Headache. Ann Emerg Med 2018. PubMed
- Detsky AS, et al. Does This Patient With Headache Have a Migraine or Need Neuroimaging? JAMA 2006. 논문보기
- 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ASA).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Spontaneous Intracerebral Hemorrhage. Stroke 2022. 링크
- Do TP, et al. Red and orange flags for secondary headaches in clinical practice (SNOOP4). Neurology 2019. 링크
- Schwedt TJ. Chronic Migraine. BMJ 2014. 링크
- Perry JJ, et al. Clinical Decision Rules to Rule Out Subarachnoid Hemorrhage for Acute Headache. JAMA 2013. 링크
- ACR Appropriateness Criteria. Headache. J Am Coll Radiol 2019. PDF
- Goldstein JN, et al. Headache in the Emergency Department. Emerg Med Clin North Am 2016.
- Hemphill JC, et al. Diagnosis and Management of Spontaneous Intracerebral Hemorrhage. Stroke 2015.
의료 정보 안내
흉통, 호흡곤란, 반복되는 실신/의식저하, 심한 출혈 등 응급 증상은 즉시 119 또는 가까운 응급실을 이용하십시오.
저자 정보
- 작성자
- 닥터리빙
- 소속/직함
- 공공의료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진료과장
- 자격
- 응급의학과 전문의
- 운영
- 의학 블로그 ‘닥터리빙’
- 문의
- dung55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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