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해주는 알기쉬운 생활의학정보, 닥터리빙입니다.
응급실에서 “선생님, 위가 너무 아파요. 위염 같아요.” 하고 오시는 분들, 실제로는 위통, 명치통증인데 위가 아닌 다른 장기 문제인 경우가 꽤 많습니다. 심하면 심근경색인데 “소화불량인가 보다” 하고 참다가 늦게 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오늘은
- 내장통과 체성통이 어떻게 다른지
- 배의 어느 부위가 아프면 어떤 장기를 의심해볼 수 있는지
- ‘위통’이라고 느끼는 명치통증이 꼭 위 문제만은 아닌 이유
를 차분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위가 아픈 건가요, 명치가 아픈 건가요?” 위통과 명치통증

우리가 흔히 “위가 아프다”고 말하는 위치는 대부분 명치 부위입니다. 갈비뼈 아랫쪽 중앙, 명치 눌렀을 때 불편한 그 자리죠.
그런데 이 명치 근처에는 위뿐 아니라 십이지장, 췌장, 간·담낭(담석), 심장과 연결된 신경도 같이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 위염·위궤양일 수도 있고
- 담석증·담낭염일 수도 있고
- 췌장염일 수도 있고
- 심근경색의 한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위가 아프다”는 말만 가지고는 어느 장기 문제인지 전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통증의 느낌, 위치 변화, 동반 증상까지 같이 보는 게 중요합니다.
내장통 vs 체성통, 느낌부터 다르다
통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내장통: 장기(위·장·간·췌장 같은 내장)에서 오는 통증
- 체성통: 피부, 근육, 뼈, 복벽, 복막 같은 쪽에서 오는 통증
느낌이 꽤 다릅니다.

내장통의 특징
- 위치가 애매하고 넓게 퍼진 느낌
- 콕 찌르는 것보다는 “싸~하게”, “더부룩하게”, “쥐어짜는” 느낌
- 손가락 한 개로 ‘딱 여기’보다는 손바닥으로 전체를 짚으며 “이 근처가 다 아파요”라고 표현
- 종종 메스꺼움, 식은땀, 어지러움이 같이 올 수 있음
- 처음엔 배꼽 주변이나 명치 쪽처럼 애매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음
체성통의 특징
- 비교적 잘 짚을 수 있는 통증
- 자세를 바꾸거나 특정 동작에서 더 아프다는 얘기가 많음
- “기침하거나 웃을 때 배가 찌릿하게 아파요” 같은 표현
- 근육통, 갈비뼈 골절, 옆구리 근육 뭉침, 복막염 초기에 잘 보임
대표적인 예가 충수염(맹장염)입니다.
- 초반: 배꼽 주변이 막연히 아픈 내장통
- 진행되면서: 오른쪽 아랫배 한 점을 콕 집어 말하는 체성통으로 바뀜
이런 ‘통증의 성격 변화’도 의사들이 중요하게 보는 단서입니다.
명치통증, 진짜 ‘위’ 문제일 때는 이런 느낌
위나 십이지장이 문제일 때도 물론 명치가 아픕니다. 다만 통증 패턴에 몇 가지 특징이 있어요.
먼저 떠올려볼 수 있는 상황들입니다.
- 공복일 때 명치가 타는 듯 쓰리다가, 뭔가 먹으면 잠깐 나아지는 느낌
- 과식하거나 술,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뒤 명치가 더부룩하고 묵직한 느낌
- 속이 메슥거리면서 트림이 자주 나오고,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이 같이 있는 경우
이런 경우는 실제로 위염·위궤양, 기능성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같은 “위·식도” 문제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래도 여기에도 예외는 많기 때문에, “딱 이렇다고 100% 위다”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위는 멀쩡한데 명치가 아픈 대표적인 상황들
문제는 여기부터입니다. 위 내시경은 정상이거나 경미한데, 본인은 “위가 너무 아프다”고 느끼는 경우죠.
실제로 응급실에서 자주 만나는 케이스들 몇 가지를 짚어볼게요.
- 담석·담낭염: “오른쪽 윗배”보다 “명치”로 느끼는 경우

담석이 있으면 오른쪽 윗배가 아프다고 알고 계시지만, 실제 환자 설명은 이렇습니다.
“명치가 쥐어짜듯이 아픈데, 오른쪽도 당기고 등까지 아파요.”
담석·담낭염의 특징
- 기름진 음식 먹은 뒤 한밤중이나 새벽에 갑자기 시작
- 명치와 오른쪽 윗배가 같이 아프거나, 등·오른쪽 어깨 쪽으로 통증이 번짐
- 구역·구토, 열이 동반되면 더 의심
환자는 “위가 뒤틀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담낭·담도 쪽 내장통인 경우가 많습니다.
- 췌장염: 깊숙이 쥐어짜는 명치·등 통증

췌장은 등 쪽에 가깝게 위치해 있지만, 우리 뇌에서는 그 통증을 “명치 깊은 곳”으로 느끼는 일이 많습니다.
췌장염에서 자주 듣는 말들
- “명치 깊숙한 데를 누가 잡아 비트는 느낌이에요.”
- “등까지 같이 아파요.”
- “앞으로 구부리고 웅크리면 그나마 나아요.”
특히 음주 후, 담석이 있는 분들에서 이런 양상의 명치통증이 지속되면 췌장도 꼭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 심근경색(특히 하벽): 소화불량으로 착각되는 명치통증

이게 가장 무서운 경우입니다. 심장 아래쪽(하벽) 심근경색은 가슴통증보다 “명치통증”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패턴
- 평소 겪어보지 못한 강도의 명치 압박감, 쥐어짜는 통증
- 속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은데 실제로 토는 잘 안 나오기도 함
- 식은땀, 숨참, 갑자기 기운이 확 빠지는 느낌이 동반
- 목, 턱, 왼쪽 팔, 등으로 통증이 퍼질 수 있음
환자 본인은 “위쪽이 너무 답답한데, 소화가 안 되나 보다”라고 생각해서 약만 먹고 참다가 늦게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당뇨·고혈압·고지혈증·흡연력이 있다면, 명치통증도 심장부터 한 번 의심해보는 게 안전합니다.
- ‘근육통’도 의외로 명치 근처로 느껴질 수 있다
헬스장에서 윗몸일으키기, 플랭크, 크런치 등을 과하게 했을 때,
복직근·늑간근 통증이 명치 주변 “표면 통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경우는
- 몸을 굽히거나 기침·웃을 때 더 아프고
- 눌렀을 때 피부·근육 바로 아래에서 콕 찌르는 느낌이며
- 메슥거림·속쓰림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겉의 체성통인데, 환자는 일단 “위 있는 부위”라서 위통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내가 느끼는 명치통증, 위 때문인지 헷갈릴 때 보는 포인트
진단은 꼭 의사가 해야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이게 꼭 위염만은 아닐 수 있다” 정도는 알고 있으면 좋습니다.
아래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입니다.

- 식사와의 관계
- 먹으면 나아졌다가 다시 아프기: 위·십이지장 궤양, 기능성소화불량 쪽 가능성
- 기름진 음식 먹고 몇 시간 뒤부터 심해짐: 담석·담낭 쪽 가능성
- 먹고 바로 가슴까지 타고 올라오는 느낌: 역류성 식도염 가능성
- 식사와 상관없이 갑자기 심해지고 숨차고 식은땀: 심장 쪽도 반드시 고려
- 자세·호흡과의 관계
- 앞으로 숙이면 약간 나아지는 듯: 췌장염에서 흔히 나오는 표현
- 누우면 더 불편하고 목까지 타고 올라오는 느낌: 역류성 식도염 쪽
- 숨 크게 쉴 때나 기침할 때 겉이 찌릿: 복벽·갈비뼈·근육 등 체성통 쪽
- 동반 증상
- 구역·구토, 설사: 장염·위장질환에서 흔하지만, 췌장염·담낭염에서도 동반 가능
- 숨참, 식은땀, 어지러움, 턱·팔·등 통증: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하는 경고 신호
- 발열·오한: 염증성 질환(담낭염, 췌장염, 심한 위장염 등) 쪽으로도 생각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걸로 “아, 나는 이쪽이니까 괜찮겠구나” 하는 ‘안심용 자기진단’에 쓰시면 안 되고,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할 때 “이런 패턴이 있어요”라고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로만 활용해야 합니다.
이럴 땐 “위염이겠지” 하고 넘기면 위험합니다
아래에 해당된다면, “위가 안 좋아서 그렇겠지” 하고 참고 지내기보다는
가까운 응급실이나 의료기관을 빨리 찾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양상의 갑작스럽고 심한 명치통증
- 시간이 갈수록 분명히 더 심해지는 통증
- 숨이 차고, 식은땀이 나고,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같이 올 때
- 등, 왼팔, 턱, 목 쪽으로 통증이 번질 때
- 계속되는 구토, 피 섞인 구토, 새까맣거나 피 섞인 변
- 고열, 오한, 배가 돌처럼 단단해지고 눌렀을 때 심하게 아픈 경우
- 심장질환·당뇨·고혈압·고지혈증, 흡연력이 있는 분의 새로 생긴 명치통증
특히 “소화제 먹으면 좀 나아졌다가 또 아파요”라고 하면서
몇 날 며칠을 반복하는 건 심근경색·담낭염·췌장염 모두에서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배만 아프면 우리는 너무 쉽게 “위염 걸렸나 보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명치 주변 통증은 위뿐 아니라, 담낭·췌장·심장까지 여러 장기의 신호가 한꺼번에 섞여서 느껴지는 자리입니다.
응급실에서 보면, 통증 자체보다
“이 정도면 단순 위염일 거야”라고 스스로 결론 내리고 참다가 늦는 경우가 훨씬 더 무섭습니다.
오늘 글에서 딱 하나만 기억하셔도 좋습니다.
‘위통’처럼 느껴지는 명치통증이 반드시 위 문제인 것은 아니다.
애매하면 혼자 단정 짓지 말고, 한 번은 전문가에게 보여주는 게 내 위와 심장, 그리고 나 자신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그럼 건강한 위, 그리고 안전한 하루 되세요.
의학 근거 · 참고문헌 열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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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속/직함
- 공공의료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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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 블로그 ‘닥터리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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