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하다 피… 폐암인가요? 객혈, 언제 정말 응급실 가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해주는 알기쉬운 생활의학정보, 닥터리빙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보면 이런 장면 많이 나오죠.
열 나고 기침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콜록콜록” 하다가, 손수건에 새빨간 피가 잔뜩 묻어 나옵니다.
곧바로 응급실, 그리고 의사의 한 마디.
“유감입니다… 말기 폐암입니다.”
그래서인지 실제 응급실에서도
“선생님, 방금 기침하는데 피가 나왔어요. 저… 폐암인가요?”
이렇게 공포에 질려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객혈은 훨씬 다양합니다.
기침하다가 기도 점막이 살짝 긁혀서, 코피가 뒤로 넘어와서, 잇몸에서 피가 나서 피 섞인 가래처럼 보이는 경우처럼 가벼운 원인도 많고,
결핵·폐렴·기관지확장증·폐색전증·폐암 같은 큰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큰 병이 원인이라고 = 지금 당장 응급실로 뛰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폐암 때문에 소량의 피가 가끔 섞여 나오는 상황이라면, 대부분은 “정밀검사와 외래 추적”이지, “119 타고 곧바로 응급상황”은 아닙니다.
오늘은
- 기침하다 피가 나오는 상황이 다 “죽을병”은 아닌 이유
- 객혈의 가벼운 원인과 무거운 원인
- 피의 양과 동반 증상으로 보는 “지금 응급실 갈 타이밍”
을 차분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침하다 피가 나오면, 다 죽을병일까?

먼저, “객혈 = 폐암·결핵 확정”은 아닙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성인에서 객혈의 흔한 원인은
- 급성 기관지염/호흡기 감염
- 폐렴
- 기관지확장증
- 결핵
- 폐암
같은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특히 급성 감염·기관지염처럼 비교적 가벼운 원인이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또 한 가지 오해가 “피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다 객혈이다” 인데, 실제로는 이런 경우도 많습니다.
- 코피가 났는데, 뒤로 넘어가서 목으로 흘러 내려온 피를 기침과 함께 뱉은 경우
- 양치나 음식을 먹다 잇몸에서 피가 나서, 침·가래랑 같이 나온 경우
이런 건 엄밀히 말하면 “폐나 기관지에서 나는 피(객혈)”라기보다, “위쪽에서 내려온 피”에 가깝습니다. 물론 불안하다면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바로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는 대량 객혈”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 피가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말기 폐암은 아니다.
- 피의 “출처(코/입/위 vs 폐·기도)”, “양”, “반복 여부”, “동반 증상”을 함께 보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객혈, 정확히 뭐를 말하나요?

의학적으로 객혈(hemoptysis)은
“기관·기관지·폐에서 나온 피가 기침 또는 가래와 함께 입 밖으로 나오는 것”
을 말합니다.
그래서 질문할 때는 보통 이런 걸 확인합니다.
- 피가 “기침을 할 때” 나왔나요, 아니면 그냥 입안에 고여 있다가 뱉었나요?
- 피 색깔은 어땠나요? (선홍색, 거품 섞인 피 vs 검붉은 피 등)
- 가래에 실처럼 조금 섞였나요, 아니면 입안이 금방 피로 찰 만큼 많이 나왔나요?
- 코피·잇몸출혈·위장관 출혈(토혈) 가능성은 없나요?
일반인이 다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 “기침할 때, 거품 섞인 선홍색 피가 나온다” → 객혈 가능성 쪽
- “코피가 많이 나다가 뒤로 넘어가더니 기침하면서 나왔다” → 코피 가능성이 더 큼
- “속이 메스껍고 검붉은 피를 토했다” → 위장관 출혈(토혈) 가능성
정도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가벼운 원인부터 무거운 원인까지: 객혈의 스펙트럼
대표적인 원인들을 “비교적 가벼운 쪽”에서 “무거운 쪽”으로 쭉 늘어놓아 볼게요.
(가볍다고 해서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생명이 당장 위험할 가능성이 낮은 쪽”이라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비교적 가벼운 쪽
- 감기·급성 기관지염으로 기도 점막이 헐어서
- 심하게 기침하다가 작은 혈관이 터진 경우
- 폐렴 초기나 회복기
- 코피, 잇몸출혈이 목으로 내려와 섞인 경우
이럴 때는
- 피 양이 아주 적고,
- 며칠 안에 줄어들거나 멈추고,
- 호흡곤란·가슴통증·고열 등 심한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드시 원인 평가가 필요한 쪽 (중요한 질환 가능성)
- 결핵
- 기관지확장증
- 만성 폐질환(COPD 등)
- 폐암
- 폐색전증(폐혈전)
- 혈관염·혈관 기형(폐동정맥 기형 등)
이런 질환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가 조금 나왔다고 모두 응급실 사안은 아닙니다. 많은 경우는
- 소량의 피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형태
- 외래에서 CT, 기관지내시경 등의 정밀검사와 추적이 필요한 형태
로 진행합니다.
핵심은 “질환 자체의 무거움”과 “지금 이 순간 상태의 응급도”를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피 양으로 보는 ‘안전해 보이는 출혈’ vs ‘위험한 출혈’

전문가 사이에서도 “대량 객혈(massive hemoptysis)” 정의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 24시간 안에 200~600mL 이상, 혹은
- 숨이 차고 산소포화도·혈압이 떨어질 정도의 출혈
을 대량 객혈로 보고, 그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 취급합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mL 단위로 재면서 살 수는 없죠.
그래서 현실에서는 “눈으로 본 양 + 몸 상태”로 구분하는 게 더 현실적입니다.
아래 표는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감을 잡기 위한 것이고, 개인 차이가 크니 참고만 해주세요.
| 비교적 덜 급해 보이는 상황 | 응급실을 강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 |
|---|---|
| 가래에 실처럼 붉은 줄이 살짝 섞여 나오는 정도 | 한 번 기침할 때마다 “입안이 피로 꽉 차서” 뱉어내야 할 정도 |
| 휴지 한 장에 점처럼 찍히는 소량의 피가 1~2번 나오고 멈춤 | 종이컵에 담았을 때, 몇 분 사이에 바닥이 충분히 보이지 않을 만큼 고이는 양이 반복 |
| 하루에 몇 번, 소량으로만 나오고, 양이 점점 줄어드는 양상 | 30분 이상 계속 나거나, 잠시 멈췄다가 다시 “입을 가득 채우는 양”이 반복 |
| 숨이 차지 않고, 말할 때도 큰 불편이 없음 | 숨이 차서 한두 마디 말도 힘들고, 누우면 더 숨이 막히는 느낌 |
| 어지러움·식은땀·창백함이 없음 |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 어지러움,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 동반 |
“종이컵 반 컵이 몇 mL냐”보다 중요한 건,
- 짧은 시간 안에
- 반복적으로
- 폐가 피로 차서 숨을 막히게 만드는 정도의 출혈인지
이게 응급실 판단의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집에서 해볼 수 있는 간단 체크
기침하다 피가 나왔을 때, 일단 이렇게 체크해 보세요.
- 피가 나온 시점과 상황
- 심하게 기침한 직후 한두 번만 나왔는지
- 평소처럼 숨 쉬고 있다가 갑자기 입안에 피가 고였는지
- 피의 양과 모양
- 가래에 실처럼 섞인 정도인지
- 입안이 가득 찰 정도의 양인지
- 선홍색 거품 섞인 피인지, 검붉고 덩어리진 피인지
- 동반 증상
- 숨이 찬가요? 계단 몇 칸만 올라가도 버겁나요?
- 가슴 통증, 특히 숨 쉴 때 심해지는 통증이 있나요?
- 38도 이상 고열이 있나요?
- 심하게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차갑나요?
- 복용 약/기저질환
- 와파린, NOAC(혈전 예방 약),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같은 항응고제·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인지
- 결핵·기관지확장증·만성 폐질환, 암 병력이 있는지
이 질문에 “피 자체는 많지 않고, 숨도 괜찮고, 특별한 기저질환도 없다” 쪽이면
대부분 “응급실이 아니라 외래(호흡기내과·이비인후과)”에서 정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피 양이 많지는 않아도 숨이 차고 어지럽고, 기저 폐질환이 심한 분이라면
적은 출혈이라도 응급실에서 모니터링과 산소, CT·혈액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즉시 응급실을 권합니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지금 응급실”로 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 한 번 기침할 때마다 입안이 피로 가득 차고, 몇 분 간격으로 계속 반복될 때
- 1~2시간 안에 종이컵 하나 이상 채웠을 것 같은 출혈이 이어질 때
- 숨이 차서 한 문장 말하기도 힘들고, 누우면 숨이 더 막힐 때
- 호흡곤란·가슴통증·심한 쌕쌕이 소리가 동반될 때
- 얼굴이 창백하고 식은땀, 어지럼,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 있을 때
- 평소 결핵·기관지확장증·심한 만성폐질환이 있는데, 평소보다 훨씬 많은 피가 갑자기 나기 시작했을 때
- 항응고제(혈액 묽게 하는 약)를 복용 중인데 피가 멈추지 않을 때
이런 상황은 “피의 총량”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 기도(숨길)가 피로 막혀서 숨을 못 쉬게 되는 위험
- 산소 부족, 혈압 저하
때문에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입니다.
119를 부르거나, 보호자가 운전한다면 최대한 빠르게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외래 진료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아래와 같은 경우는 대부분 응급실까지는 필요 없고,
가까운 호흡기내과·이비인후과 외래 진료를 잡아 정밀검사를 받는 쪽을 권합니다.
- 감기나 기관지염 증상(기침·가래·몸살)이 있고,
가래에 실처럼 피가 조금 섞이는 정도가 하루 1~3번 정도로 소량 나오는 경우 - 며칠 사이 피 양이 점점 줄어들고, 숨이 차거나 어지럽지 않은 경우
- 평소 잇몸이 자주 붓고 피나는 편인데, 침이나 가래에 살짝 섞이는 정도인 경우
- 코피가 났다가, 뒤로 넘어간 피를 기침으로 뱉은 게 분명한 경우
- 이전에 찍은 CT, 결핵·폐암 치료 경력이 있고, 이미 호흡기내과에서 추적 중인데
소량의 출혈이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패턴(담당 선생님과 상의해 외래 일정 조정)
이때도
- 갑자기 양이 늘어나거나
- 새로운 숨참, 가슴통증, 체중 급감, 심한 피로감, 음성 변화
같은 변화가 생긴다면 외래 일정 앞당기기나 응급실 방문을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이비인후과로 갈까, 호흡기내과로 갈까, 응급실로 갈까?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 피의 출처가 “코/입 안쪽(잇몸·인두)”인 것 같고, 숨은 괜찮다
→ 이비인후과 우선 고려 - 피가 “기침과 함께, 가래와 섞여” 나오고, 감기·기침이 주 증상이다
→ 호흡기내과 우선 고려 - 출처를 잘 모르겠는데, 피가 많고 숨이 차고 어지럽다
→ 고민 말고 응급실
물론 어느 과가 정답이다, 이렇게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애매하면 가까운 내과·이비인후과에서 1차 평가를 받고, 필요 시 상급병원으로 연계 받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마무리하며
기침하다 피를 보면 누구나 심장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드라마에서 너무 극적인 장면을 많이 보다 보니, “객혈 = 곧 죽을병”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 응급실에서 만나는 객혈은
- 감기·기관지염처럼 쉽게 좋아지는 병부터
- 결핵·폐암·혈관질환처럼 무거운 병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무거운 병이라고 해서 항상 “지금 이 순간 응급상황”인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평소 건강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많은 양의 피가 쏟아지고 숨이 막힌다면,
그건 원인이 무엇이든 지체 없이 응급실에서 처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오늘 글에서 정리한 것처럼
- 피의 양과 양상
- 동반되는 숨참·어지럼·가슴통증
- 약 복용·기저질환
을 같이 보시고,
“이 정도면 외래에서 차분히 검사해도 되겠다” vs “지금은 응급실이 맞겠다”를 조금 더 침착하게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애매하면, “너무 늦게 오는 것”보다는 “조금 일찍 확인하는 것”이 늘 안전 쪽입니다.
혹시 비슷한 상황이 올 때, 오늘 내용이 마음속에 작은 기준점이 되어 주길 바랄게요.
그럼 안전한 하루 되세요.
의학 근거 · 참고문헌 열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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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의료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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