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섞인 변, 언제 응급일까? 항문출혈과 진짜 ‘혈변’ 구분법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해주는 알기쉬운 생활의학정보, 닥터리빙입니다.
응급실에선 “변에 피가 섞였어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밤이 흔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혈변은 응급 신호가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치핵·항문열상처럼 항문 주변 출혈이 제일 흔합니다. 오늘은 위험한 혈변은 어떤 모습인지, 항문 쪽 출혈과 장내 출혈을 어떻게 가늠하는지를 차근히 풀어봅니다.
혈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항문 출혈
치핵(치질), 항문열상처럼 항문 바로 주변에서 새는 피입니다. 보통은 배변 뒤 휴지에 선홍색이 찍히거나 변 표면에 얇게 묻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다만 피가 줄줄 흐르듯 많아지거나 통증이 심하고 멈추지 않으면 예외적으로 위험할 수 있어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소장·대장 출혈
직장·대장·소장 안쪽에서 새는 피로, 게실출혈·혈관기형·염증성 장질환·폴립·암 등이 원인입니다. 변 전체가 붉게 섞이거나 변기물이 빨갛게 물들 만큼 나오는 양상이 흔하고, 지혈이 어렵거나 대량 출혈로 진행할 수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줄 정리: 휴지에 살짝 묻는 선홍색은 대개 항문 주위, 변기물이 붉게 물들면 장 내부—양과 모양이 위험 신호를 가릅니다.
혈변일때, 얼마나 위험할까요?

- 초진 외래에서 보이는 “휴지에 살짝 묻는 선홍색” 형태의 가벼운 출혈은 대체로 치핵이나 항문열상이 가장 흔합니다. 이 경우 출혈이 줄줄줄 흐르듯이 대량으로 나오는게 아니라면 대부분 위험하지 않습니다.
- 반면 응급실에서 다량으로 붓듯 나오는 혈변은 원인 분포가 달라지는데, 혈관이형성, 감염성·허혈성·염증성 대장염, 폴립·종양, 시술 후 출혈 등이 섞여 나타납니다. 그중에서도 게실출혈이 대략 20–50%로 최다 원인으로 보고됩니다. 특히 한 번에 많은 양이 쏟아지는 ‘brisk’ 혈변만 놓고 보면 게실출혈 비중이 30–50%까지 올라갑니다.
- 예후 측면에서는 대형 코호트에서 30일 사망률이 약 0.9%, 그중 출혈 자체가 직접 원인이 된 사망은 0.1% 수준으로 보고되었습니다(연령, 동반질환, 항응고제 사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 정리하면, 외래의 소량 선홍색 출혈은 항문 질환이 다수이고, 대량 출혈이 있는 진짜 “혈변”까지 포함하더라도 출혈자체로 인한 사망률은 0.1%수준이므로, 혈변이라고 무조건 위험한건 아니라는 겁니다.
먼저 감 잡기: 색과 모양으로
선홍색이 휴지에 ‘찍히듯’ 묻거나 변 표면에 얇게 칠해진 느낌이라면, 대체로 항문 쪽에서 난 피에 가깝습니다. 변이 통째로 붉거나 변기물이 붉게 물들 정도라면, 장 속에서 흘러나온 피를 의심합니다. 검고 끈적하며 냄새가 강하면 상부위장관에서 내려온 흑색변에 가깝습니다.
위험 신호, 이렇게 보입니다
출혈이 멈출 기미가 없고 변기물이 선홍색으로 계속 물듭니다. 어지럽고 심장이 빨라지며 서 있을 때 핑 도는 느낌이 겹칩니다. 복통·구토·발열이 동반되거나 항문 통증이 매우 심합니다. 항응고제·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이면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는 집에서 지켜보지 말고 바로 진료를 권합니다.
항문 쪽 vs 장내 출혈, 한눈 비교
| 항문 주위(치핵·열상 등) | 장내 출혈(직장·대장·소장 등) |
|---|---|
| 밝은 선홍색 | 어두운 빨강~적갈색, 상부면 검게(흑색변) |
| 휴지에 찍힘, 변 표면에 줄무늬 | 변과 섞여 나오거나 핏물만 나옴 |
| 배변 시 찢어지는 통증 흔함(열상) | 복통·설사·발열이 동반되기 쉬움 |
| 단단한 변·힘주기 뒤에 발생 | 염증·게실·혈관이형성·종양 등 원인 다양 |
흔한 원인, 이렇게 기억하세요

- 단단한 변 뒤 날카로운 통증과 소량의 선홍색—항문열상일 때가 많습니다.
- 배변 후 변기에 선홍색이 똑똑 떨어지고 덩이가 만져진다면 치핵이 의심됩니다.
- 복통은 심하지 않은데 갑자기 많은 선홍색이 나온다면 게실출혈을 떠올립니다.
- 열·복통·설사와 함께라면 감염성 대장염, 증상이 오래가고 체중이 준다면 염증성 장질환 가능성을 봅니다.
- 50세 이후 처음 보이는 혈변, 빈혈·변 습관 변화가 동반되면 폴립·대장암도 배제하면 안 됩니다.
집에서의 24–48시간
어지럼이 없고 양이 많지 않다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고 과한 힘주기를 피합니다. 변비가 원인으로 보이면 식이섬유·수분을 늘리고, 짧게 완화제를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항문열상 통증에는 미온 좌욕이 도움이 됩니다. 철분제·비스무트 제제·먹거리(먹물, 블루베리 등)가 변 색을 바꿀 수 있는지도 점검하세요.
검사가 필요한 때

Endoscopic Therapy for Acute Diverticular Bleeding, Clinical Endoscopy 2019;52(5):419-425

Endoscopic management of bleeding gastrointestinal tumors, Hellenic Society of Gastroenterology,1 May 2019
- 출혈이 반복되거나 미세출혈로 빈혈이 발생할때까지 출혈이 지속될 때.
- 50세 이상에서 첫 혈변이 나타날때에는 대장암등의 감별을 위해서 꼭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체중 감소·야간 설사·지속적 복통 같은 증상이 동반될 때.
- 항문 출혈처럼 보여도 몇 주 안에 가라앉지 않을때.
-> 혈액검사, 내시경, CT등의 검사로 확인해야 합니다.
진료실에서는
문진과 직장수지검사로 항문 주위를 먼저 확인합니다. 필요하면 항문경·직장경을 보고, 상황에 따라 대장내시경으로 원인을 찾고 지혈까지 진행합니다.
빈혈이 동반되면 수액·철분·지혈제 등이 함께 결정됩니다.
마무리하며
혈변은 놀랄 만하지만, 대부분은 항문 주위의 단순한 원인으로 설명됩니다. 다만 색·모양·동반 증상을 통해 위험 신호를 구분해야 놓치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변비 관리와 규칙적인 배변 습관이 가장 좋은 예방법입니다. 오늘 안내한 기준만 기억해도, 불필요한 걱정은 줄이고 필요한 순간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럼 안전한 하루 되세요.
의학 근거 · 참고문헌 열기 (10)
- 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ACG). Management of Patients With Acute Lower Gastrointestinal Bleeding. Guideline/Review. 링크
- American Society for Gastrointestinal Endoscopy (ASGE). Role of endoscopy in the patient with lower GI bleeding. Practice guideline. 링크
- AAFP. Acute Lower Gastrointestinal Bleeding: Evaluation and Management. American Family Physician review. 링크
- AAFP. Hemorrhoids: Diagnosis and Treatment Options. American Family Physician review. 링크
- StatPearls. Lower Gastrointestinal Bleeding. NCBI Bookshelf. 링크
- StatPearls. Diverticular Bleeding. NCBI Bookshelf. 링크
- StatPearls. Hemorrhoids. NCBI Bookshelf. 링크
- BMJ. Management of acute lower gastrointestinal bleeding. Clinical review. 링크
- NICE. Suspected cancer: recognition and referral (colorectal features, incl. rectal bleeding). NG12. 링크
- UpToDate (patient/professional topic). Lower gastrointestinal bleeding in adults. (요약 참고) 링크
의료 정보 안내
흉통, 호흡곤란, 반복되는 실신/의식저하, 심한 출혈 등 응급 증상은 즉시 119 또는 가까운 응급실을 이용하십시오.
저자 정보
- 작성자
- 닥터리빙
- 소속/직함
- 공공의료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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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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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 블로그 ‘닥터리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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