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가 말하는 ‘마늘주사·백옥주사’ 효과와 부작용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해주는 알기쉬운 생활의학정보, 닥터리빙입니다.
금요일 밤의 열기가 지나간 토요일 오전, 응급실은 또 다른 전쟁터가 됩니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며 창백한 얼굴로 들어오셔서 대뜸 “제일 비싸고 좋은 수액으로 놔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환자분들이 계십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시중에는 ‘마늘주사’, ‘백옥주사’, ‘신데렐라 주사’ 등 화려한 이름의 수액들이 숙취 해소의 만병통치약처럼 홍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이 주사들이 정말 그 값을 하는지, 혹은 우리가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에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려한 이름 뒤에 숨겨진 성분의 정체

먼저 이름부터 정리해 봅시다. 주사기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마늘주사’의 주성분은 비타민 B1(푸르설티아민)입니다. ‘백옥주사’는 글루타치온이라는 항산화 성분이고, ‘신데렐라 주사’는 티옥트산(알파리포산)이 주성분입니다.
이 성분들은 본래 만성 피로 환자나, 영양 결핍이 심한 알코올 의존증 환자, 혹은 신경통 완화를 위해 개발된 약물들입니다. 물론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비타민과 항산화제가 소모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일반인이 한 번의 과음으로 인해 이 성분들이 ‘주사로 보충해야 할 만큼’ 고갈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당신이 수액을 맞고 ‘반짝’하는 진짜 이유

“어? 근데 저는 수액 맞으니까 확실히 개운하던데요?”라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의 90%는 비싼 약물이 아니라, 베이스가 되는 ‘물(식염수)’과 ‘포도당’ 그리고 ‘휴식’ 덕분입니다.
알코올은 강력한 이뇨 작용을 일으켜 탈수를 유발합니다. 숙취 두통의 주원인이 바로 이 뇌세포의 탈수 현상입니다. 수액을 맞으면 혈관으로 직접 수분이 공급되니 탈수가 빠르게 교정되고, 1~2시간 동안 어두운 방에서 푹 자고 일어나니 당연히 컨디션이 회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10만 원짜리 영양제 때문이 아니라 1천 원짜리 식염수와 잠이 여러분을 살린 것입니다.
먹는 약 vs 정맥 주사: 가성비 분석
병원까지 가는 수고와 비용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까요? 경구 섭취와 정맥 주사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 비교 항목 | 마늘/백옥 수액 (IV) | 경구 수분+영양제 섭취 (Oral) |
| 비용 | 5만 원 ~ 15만 원 | 5천 원 내외 (이온음료+약국약) |
| 흡수 속도 | 매우 빠름 (즉각 혈관 투여) | 보통 (30분 ~ 1시간 소요) |
| 수분 보충 | 강제 주입 (확실함) | 구토 시 섭취 어려움 |
| 부작용 위험 | 쇼크, 혈관염, 감염 위험 존재 | 낮음 (속 쓰림 정도) |
| 추천 대상 | 물만 마셔도 토하는 심각한 상황 | 일반적인 숙취, 두통, 갈증 |
수액 주사가 오히려 독이 되는 순간

아무리 좋은 약도 남용하면 독이 됩니다. 특히 음주 직후에는 알코올 대사로 인해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혈관이 확장된 상태입니다. 이때 수액 500ml~1L가 급격하게 혈관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심장에 과도한 부하(Volume Overload)가 걸릴 수 있습니다.
또한 드물지만 주사제 성분(특히 비타민 B1이나 보존제)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술 깨려다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고령자나 심장, 신장 질환이 있는 분들은 무분별한 수액 주사를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추천하는 ‘진짜’ 숙취 해소법

제가 당직실에서 숙취로 고생할 때 쓰는 방법은 돈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 꿀물이나 유자차: 알코올 분해로 떨어진 혈당을 가장 빠르게 올려줍니다.
- 이온음료 + 물: 1:1 비율로 섞어 수시로 마십니다. 맹물보다 흡수가 빠릅니다.
- 진통제 선택: 두통이 심하다면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은 피하세요.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부프로펜이나 덱시부프로펜 계열의 진통제를 식후에 복용하세요.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는 위험 신호 (Red Flag)
단순 숙취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일 수 있습니다. 다음 증상이 있다면 동네 의원이 아니라 즉시 큰 병원 응급실로 오셔야 합니다.
- 피를 토하거나 커피 찌꺼기 같은 검은색 구토를 할 때 (말로리-와이스 증후군)
- 극심한 명치 통증이 등까지 뻗칠 때 (급성 췌장염)
- 의식이 흐려지거나 깨워도 반응이 없을 때 (저혈당성 쇼크)
- 숨이 가쁘고 가슴이 조이듯이 아플 때 (알코올성 심근병증)
결론: 비싼 수액보다 값진 것은 ‘절제’
숙취 해소 수액은 ‘기적의 치료제’가 아닙니다. 그저 비싼 수분 보충제일 뿐입니다. 구토가 너무 심해 물조차 마실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10만 원으로 수액을 맞는 대신 따뜻한 죽 한 그릇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내 몸과 지갑을 모두 지키는 길입니다.
가장 좋은 숙취 해소제는 ‘어제 마신 마지막 잔을 내려놓는 절제력’임을 잊지 마세요.
의학 근거 · 참고문헌 열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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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정보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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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
- 작성자
- 닥터리빙
- 소속/직함
- 공공의료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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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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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 블로그 ‘닥터리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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