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저려요: 허리디스크일까? 혈관 문제일까?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명쾌한 진단)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해주는 알기쉬운 생활의학정보, 닥터리빙입니다.
“선생님, 며칠 전부터 양쪽 다리가 찌릿찌릿하고 감각이 남의 살 같아요. 이거 혹시 다리 혈관이 막힌 건가요, 아니면 뇌졸중인가요?”
응급실에는 갑작스러운 다리 저림이나 마비감을 호소하며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환자분들은 보통 혈액순환 장애를 가장 먼저 걱정하시지만,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가장 먼저 감별해야 할 것은 척추 신경의 문제인지, 실제 혈관의 폐색인지, 아니면 뇌의 문제인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다리 저림의 원인은 다리 자체가 아니라 허리에 있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다리 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들과 집에서 구별하는 법, 그리고 지체 없이 응급실로 와야 하는 위험 신호(Red Flag)에 대해 명확히 알려드리겠습니다.
흔한 다리 저림, 범인은 허리(요추)에 있다

다리가 저려요라고 하면 다리를 주무르기 쉽지만, 사실 문제의 시작점은 허리(요추, Lumbar Spine)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좌골신경(Sciatic Nerve)이 눌리면 허리 통증보다 다리 저림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방사통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두 가지 척추 질환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요추 추간판 탈출증 (허리 디스크): 척추 뼈 사이의 디스크가 튀어나와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누릅니다. 주로 한쪽 다리가 당기듯이 저리며, 허리를 숙일 때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척추관 협착증: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노화로 인해 좁아진 상태입니다. 특징적으로 걸으면 다리가 터질 듯이 저리고 아파서 쉬어야 하는 신경인성 파행(Neurogenic Claudication)이 나타납니다.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으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줄어듭니다.
신경 문제 vs 혈관 문제(혈액순환), 어떻게 다를까?

많은 분들이 다리가 저리면 혈액순환이 안 돼서 그렇다며 혈액순환 개선제를 드시곤 합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신경 눌림과 혈관 막힘은 증상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말초동맥질환(PAD)으로 인해 다리 혈관이 좁아지면, 근육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져 저림보다는 통증과 경련이 주가 됩니다.
아래 표를 통해 내 증상이 어디에 가까운지 확인해 보세요.
| 구분 | 척추 신경 문제 (디스크/협착증) | 혈관 문제 (동맥경화/하지정맥류) |
| 통증 양상 | 찌릿찌릿함, 전기 통하는 느낌, 당김 | 터질 듯한 통증, 묵직함, 쥐가 남 |
| 증상 악화 | 허리를 숙이거나(디스크), 걸을 때(협착증) | 걸을 때 심해짐 (쉬면 금방 좋아짐) |
| 증상 완화 | 눕거나 편한 자세를 취하면 호전 |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거나 멈춰 서면 호전 |
| 피부 상태 | 정상인 경우가 많음 | 다리가 차갑거나(동맥), 붓고 핏줄이 보임(정맥) |
지금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할 위험 신호 (Red Flag)

다리 저림도 시간을 다투는 응급 질환일 수 있습니다. 특히 척추 신경이 심하게 눌려 영구적인 마비가 오거나, 혈관이 완전히 막혀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다음의 신호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됩니다.
- 마미증후군 (Cauda Equina Syndrome): 허리 디스크가 신경 다발을 한꺼번에 심하게 눌러 발생합니다. 다리 저림과 함께 소변이나 대변을 보기가 힘들거나(실금), 엉덩이 주변(회음부)의 감각이 먹먹해진다면 즉시 응급수술이 필요합니다.
- 급성 하지 허혈 (다리 중풍): 혈전이 다리 동맥을 갑자기 막은 상태입니다. 갑자기 다리가 하얗게 질리면서(창백),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냉감), 맥박이 만져지지 않으며 극심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골든타임은 6시간 이내입니다.
- 뇌졸중 의심: 한쪽 다리에만 갑자기 힘이 빠져서 걷기가 힘들거나(마비), 말이 어눌해지고 얼굴 마비가 동반된다면 뇌의 문제입니다.
집에서 할 일 vs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응급 상황(Red Flag)이 없다면, 병원 진료 전까지 다음의 관리법을 따르세요.
| 집에서 해야 할 일 (O) |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X) |
| 바른 자세와 휴식 | 무리한 스트레칭/운동 |
|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기 위해 무릎 밑에 베개를 받치고 눕거나, 의자에 깊숙이 앉아 허리를 꼿꼿이 세웁니다. | 통증을 없애겠다고 허리를 과도하게 비틀거나 윗몸일으키기 같은 운동을 하면 디스크가 더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
| 온찜질 (만성 통증) | 검증되지 않은 시술 |
| 만성적인 허리 통증이나 근육 뭉침에는 온찜질이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을 이완시킵니다. | 뼈를 맞춘다며 허리를 밟거나 꺾는 행위는 척추 골절이나 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절대 금물입니다. |
| 금연 | 다리 꼬고 앉기 |
| 혈관 문제로 인한 저림이라면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증상을 최악으로 만듭니다. 당장 금연하세요. | 다리를 꼬는 자세는 척추를 비틀고 골반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저림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
닥터리빙의 마지막 한 마디

다리 저림은 우리 몸의 기둥인 허리나 생명줄인 혈관이 보내는 구조 신호일 수 있습니다. ‘나이 들면 다 저리지’라고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특히 오늘 강조한 대소변 장애나 다리의 갑작스러운 냉감은 지체할 시간이 없는 응급 신호입니다. 이런 증상이 없다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원인을 찾으시고, 혈관 문제가 의심된다면 혈관외과 진료를 권해드립니다. 걷는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여러분의 다리 건강을 지키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의학 근거 · 참고문헌 열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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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
- 작성자
- 닥터리빙
- 소속/직함
- 공공의료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진료과장
- 자격
- 응급의학과 전문의
- 운영
- 의학 블로그 ‘닥터리빙’
- 문의
- dung55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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